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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은사 선생님의 책 출판에 붙이는 추천의 글
    2024-10-12 14:37:27
    김영근 목사
    조회수   53

    제게는 잊을 수 없는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이 한 분 계십니다.

    어리기만 했던 저의 청소년기를 격려해주셨고, 신앙적 자세를 가르쳐주셨고, 보여주셨습니다.

    선생님은 언제나 올곧으신 분이셨습니다.

    제자들을 대할 때는 마음을 다하셨고, 열정을 쏟아부으셨습니다.

    제 삶의 많은 부분이 선생님께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이민목회길 떠날 때, 대구 경상여고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던 선생님께

    아내와 함께 인사를 드렸었고,

    대구로 돌아온 뒤에도 때때로 선생님과 사모님을 뵙고 있습니다.

    얼마전 선생님은 선생님답게 지중해 연안의 여러 나라들을 돌아보신 후에,

    지중해 삶을 품다는 제목의 지중해 연안 인문학 기행 보고서를 출판하시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글은 역사적, 인문학적, 서민적, 신앙적 성격의 글인데,

    제자인 저에게 추천사를 부탁해오셨습니다.

    선생님의 책에 추천사를 쓴다는 것이 외람되고 송구스럽지만,

    제게도 귀한 책이기에 책의 의미와 성격, 독특함에 대해서 

    느낀대로 얼마를 적어서 추천사로 적어 보내드렸습니다.

    이곳에 추천사의 내용을 올려놓습니다.

    제 삶의 방향을 보게 하시고, 걸어가게 하신 선생님의 작품에 추천사를 쓰게 된 것은

    또 하나의 은혜요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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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여행길을 나설 수 있지만, 여행이 안전과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때에도 먼 길 나섰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개척자였고, 문명과 문화의 전도자들이기도 했습니다. 낯선 곳을 향해 담대하게 자신을 던진 이들 때문에, 삶의 자리는 확장되고, 문화와 문명은 서로 교류하게 되었을 겁니다. 우리는 광야의 길을 열고, 바닷길을 나서며, 하늘길을 열고 낯선 곳을 향해서 걸어간 이들에게 큰 빚을 지고 살아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나 지금이나 여행은 여행자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들에게 큰 유익을 주는 활동입니다.

    그런데 여행자 중에는 그저 낯선 곳의 경험을 누리고 돌아오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낯선 곳을 직접 발로 누빈 후에, 그곳의 역사와 문화, 정치와 경제, 그곳의 신앙과 삶의 속살을 깊게 살핀 후에 수고로이 기록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보고 들은 것들이라고 해서 견문록(見聞錄)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는 기행문(紀行文)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은 1780년 청나라의 열하(熱河)로 사신단을 따라갔다가 돌아온 후에, 열하일기를 기록했고, 박제가는 청나라의 문물을 경험한 후 조선의 폐쇄적이고 고립된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서 북학의(北學議)를 기록했습니다. 이 땅에 대한 기록을 남긴 이들도 있습니다. 미국의 외교관인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 18551916)1880년대 후반 조선을 방문한 후에, 고요한 아침의 나라(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를 출판해서, 서양 사회 속에 조선을 낭만적이고 신비로운 곳으로 소개한 이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낯선 곳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직접 보고 들었던 곳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아직 그곳을 가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낯선 곳에 대한 꿈을 꾸게 하고, 낯선 곳에 대한 미지의 그리움을 주기도 합니다. 또는 어떤 세계에 대한 오해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이들에게는 바른 정보를 통해 바른 이해를 공급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행 보고는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번역이나 통역의 과정과도 닮아있습니다. 기행 보고는 사실에 기반해야 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 위에 여행자의 경험과 느낌, 생각과 감정을 오롯하게 남기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이종호 선생님의 지중해 삶을 품다는 지구촌 문명의 중심인 지중해 연안을 둘러본 후 기록한 인문학 기행 보고입니다. 지중해 삶을 품다는 우리를 지중해 연안에 자리 잡고 나라의 도시들, 작은 마을과 골목으로 이끌어줄 길잡이와 같은 책입니다. 지중해(地中海)는 말 그대로 땅의 중심이 되는 바다라는 뜻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를 연결하고 있고,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제국 등 고대문명이 발생한 곳입니다. 인간 역사의 주요 철학, 예술, 과학, 정치 체제 그리고 인류의 핵심 종교들의 발상지이기도 합니다. 이종호 선생님은 지중해를 둘러싸고 있는 20여 국가 가운데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모로코, 그리스, 튀르키예로 우리를 안내해줍니다. 그러나 그저 눈에 보이는 풍경이나 풍광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뚜렷한 관점으로 그 땅을 보면서 지중해 연안 국가와 문명에 대한 해석과 번역을 위한 지중해 읽기와 견문을 시도합니다.

    우선, 지중해 삶을 품다는 국가와 민족, 역사와 문화를 분절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나누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관점을 가진 이들도 있지만, 이종호 선생님은 지중해를 하나의 공통분모로 삼고, 지중해 연안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내는 작업을 시도합니다. 저자에게 지중해는 선과 벽으로 나뉠 수 없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서로 충돌하고 상생하며 발전 성장한 삶을 품은 생명체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태어난 신화, 식생, 인적교류, 역사, 종교, 생활풍습이 그들의 다름보다는 서로의 같음과 닮음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우리네 삶을 다툼보다는 평화로, 차이와 다름보다는 닮음으로, 차디찬 기운보다는 생명 가득한 온기로 우리의 삶의 자리를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책의 정치(精緻)하고 대범한 시선은 지금까지 우리가 놓쳤을지도 모르는 전체를 조망하게 하는 큰 시선을 우리에게 열어 보여줄 것입니다.

    지중해 삶을 품다는 우리를 단지 지중해 안에만 가두지 않습니다. 인문학적 해석과 상상력을 통해서 우리를 한반도 이 땅으로 이끌어주기도 하고, 동아시아 곳곳으로 안내하면서 역사와 문화의 교류를 시도합니다. 우리를 안내하는 모든 곳들이 눈에 보이듯 살아나기도 하지만, 저자가 두 발 딛고 섰던 그곳이 인간존재와 어떤 유의미한 뜻을 머금고 있는지를 밝혀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지중해 연안을 거닐기도 하지만, 동시에 오늘 우리 삶의 자리를 반추하고 돌아보는 독특한 여행의 길에 나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인문학적 경험, 역사 비평적 경험, 또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한반도의 역사적 현실에 대한 눈뜸이라는 복합적 여행경험을 공유하게 될 것 같습니다. 여행자들이 갖는 시선의 특징은 따스함에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 땅을 비판적으로만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삶의 이야기를 받아들 수 있는 따스함과 환대의 사건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것입니다. 본서는 우리가 어떤 느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며 사람을 보아야 하는지 우리에게 따스한 시선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이 책에는 자신의 삶을 신앙적 순례의 여정으로 인식하는 이종호 선생님의 순례 의식이 아름답게 배어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에게 순례는 그저 아름답고 낭만적이거나 호사스러운 어떤 것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 책이 바라보는 순례는 일상 속에 피안이 담겨 있고, 고통 속에서 진리가 배어나며, 철저히 현실에 기반하지만, 현실로부터 자유로운 순례를 지향합니다. 신앙 여정을 관념화시키거나 추상화시키는 것을 지양하고, 분명한 현실과 역사 인식 위에서 역사 응답적 길을 재촉하는 순례를 지향합니다.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는 한 사람의 신앙인이기도 한 저자는 순례를 통해 경험하는 역사적 안목이라는 렌즈를 통해 한국 사회와 한국교회가 서 있는 터를 바라보고 진단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서는 탈역사적 신앙을 거부하고, 역사 책임적 순례자로서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먼 길을 떠나 있을 때도, 부지런히 그 땅을 우리의 삶의 자리와 연결하여 해석하고 다시 세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본서 원고를 처음 받았을 때 필자는 튀르키예, 그리스, 에티오피아 여행을 떠나려던 때였기에, 이 책을 손에 들고 튀르키예, 그리스를 돌아보는 첫 영광을 누렸습니다. 지중해 연안을 거닐 때 이 책이 좋은 벗이요 가이드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에필로그에서 말하듯이 이종호 선생님은 인천공항에 착륙하는 순간 다음 여행지를 그려보는 기행자(紀行者), 지금도 여전히 떠나는 꿈을 꾸는 이입니다. 이 책이 전하는 지중해 이야기는 지중해 연안을 의미 있게 거닐어 보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여행의 의미를 더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네 삶이 더 깊어지고, 더 향기롭고, 더 아름다워지기를 기대합니다.

     

    202410

    김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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