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목회서신
칼럼
https://m.pckworld.com/article.php?aid=10481585508&page=1
교단지 기독공보에 연재된 두번 째 목양칼럼의 주제는 "목회와 마라톤은 닮은 꼴"이었다. 2024년 10월 19일에 출전했던 동아국제마라톤, 풀코스 완주의 경험을 적어보았다. 끝까지 달리는 것의 중요함을 느낀 시간이었다.
'달리기'를 주제로 한 영화나 책들이 적지 않다. 2005년 개봉작 영화 '말아톤', 전업 소설가로서 살아가고자 결심한 후에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리기를 이어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하루키는 달리기가 자신에게 강인한 체력과 집중력, 그리고 지구력을 선사했다고 말한다. 안데르스 한센의 '움직여라. 당신의 뇌가 젊어진다'는 신체 건강과 뇌 건강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일러준다. 신체활동을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누리는 기관이 바로 뇌라는 것이다.
미국 이민 목회 시절, 필자는 고단했던 이민 목회의 무게감을 달리기로 달래고 어루만지곤 했었다. 스탠퍼드 대학 근처의 샌앤토니오공원(St. Antonio Park)의 가파른 산길을 뛰어다니면서, 목회 초년병의 부담감을 거친 호흡과 함께 뱉어내곤 했었다. 이민 목회의 불안과 외로움, 고단함을 산길을 달리며 풀어냈다. 물론 걷고 달리는 것이 목회 스트레스 때문만은 아니었고, 사계절 변화하는 산길과 나무와 꽃들이 사랑스럽고 정다웠고, 마냥 좋기도 했었다.
그리고 12년 전 만민교회로 부임하면서, 교회 교우들과 함께 '길을 걷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련된 프로그램들이 '만민아! 달빛 걷자', '함께 걷는 국내성지순례', '부활, 생명나눔걷기' 같은 프로그램들이었다. 적지 않은 수의 성도들이 대구 앞산과 송해 공원에 올라 휘영청 달밤을 함께 걸었고, 필자는 그 시간을 '만민아! 달빛 걷자'로 명명했다. 성도들이 달빛을 벗 삼아 함께 산길을 거닐었다. 산 정상에서 대구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기도했고, 소나기를 맞으며 웃음꽃을 피웠던 그날을 필자는 잊지 못한다. 국내 성지순례 역시 일종의 '함께 걷는 시간'이었다. 지난 6월 늦봄과 초여름 사이, 교우들과 함께 버스 두 대로 제천 세계기독교박물관과 영주 내매교회를 다녀왔다. 연세 높으신 어르신들도 걷기가 그리 불편하지 않으셨고, 세대의 벽을 넘어 여러 세대가 함께, 세계 기독교 유적과 영남 북부지역의 신앙 모판 현장을 직접 거닐어보는 감동이 만만치 않았다. 함께 걷는 순간이 은혜 그 자체였다.
그때 즈음이었다. 필자에게는 새로운 목표 하나가 생겼다. '걷는 것'에서 '달리는 것'으로 시선이 옮겨갔고,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10월 19일에 있을 경주 동아국제마라톤 풀코스에 등록을 마치고 달리기 훈련을 시작했다. 새벽기도를 드리고 나면, 동이 터오는 아침에 대구 시내를 흘러가는 달서천과 금호강, 그리고 금호강과 이어지는 낙동강까지 새벽을 달리며 몸을 만들어나갔다. 그렇게 준비하기를 석 달 어간, 결전의 날 새벽, 부목사와 함께 경주로 향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부목사와 함께 마라톤을 뜨겁게 완주했고, 필자는 4시간 57분 16초로 공식기록을 얻었다. 그날 참가자는 1만 3000여 명, 완주를 마친 후 마음에 일었던 감동의 물결은 뭐라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비 오는 가을 아침, 서라벌 경주를 달리면서 수없이 생각했던 지점이 '마라톤과 목회의 공통점'이었다. 둘 다 목표가 분명해야만 했다. 목표는 '완주'였다. 둘 다 '훈련' 없이는 애초에 완주는 꿈에 불과하다. 영혼과 육체의 훈련 시간이 완주를 견인하는 것이었다. 자신과 외로운 싸움을 통해 마음의 근육, 영적인 근육, 온몸의 근육을 단련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이번 마라톤에서 필자가 깨달은 것 한 가지는 '응원의 소중함'이었다. 경주 시민 농악대들이 길거리에서 농악으로 응원을 펼쳤고, 낯선 이들도 스스럼없이 격려를 주고받았다. 함께 곁에서 달리는 선수들도 서로 응원해주었고, 낯선 이의 응원조차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믿음의 경주나 목회에서도 응원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그리고 20km 정도 지점부터 물과 음료, 바나나와 초코파이가 간식으로 제공되었고, 작은 간식 역시 완주의 소중한 부분이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마라톤 완주 메달을 얻은 다음 날, 주일 강단은 특별했고, 성도들은 미소와 박수로 담임목사를 맞아주셨다. 필자는 목회를 완주하신 선배 목사님들을 존경해마지 않는다. 그 길을 생각해보노라면 가슴이 먹먹할 때가 있다. 어떻게 그 길을 다 달려가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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