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목회서신
칼럼
https://m.pckworld.com/article.php?aid=10492523213&page=1
빛 안에 사는 삶이 믿음의 삶인데, 빛의 경험은 언제나 행복하고 소중하다.
성탄 트리에 불을 밝히고, 빛의 계절을 거니는 것은 특별한 은혜이다. 2013년 교회에 부임하던 첫해부터 2024년 지금까지 매년 대림절 전, 수요 기도회 시간에 트리 점등식을 마련해오고 있다. 부임 첫해, 당회 장로님들과 트리 점등식에 관한 말씀을 나누었고,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빛이 우리 마을에 퍼져 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점등식 준비가 시작되었다. 오래전 고향교회, 중고등부 시절에도 늘 성탄 트리를 준비하곤 했었다. 그때는 불법인지도 모른 채 직접 산에 가서 보기 좋은 나무를 구해다가 본당 트리를 장식했었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 교회 첨탑에 큰 별을 달았고, 전구에 불을 밝히고 기뻐했었다. 지독히도 어두웠던 12월 시골 마을 밤하늘에 빛나던 성탄 불빛이, 그 빛을 보는 이들의 마음에 믿음의 빛으로 고이 내려앉지 않았을까?
이민 목회 시절, 성탄 트리 장식은 마을 전체가 함께하는 것이었다. 인상 깊었던 것 한 가지는 집 안의 트리도 반드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이는 곳에 배치하는 점이었다. 온 마을에 성탄의 빛이 가득했었고, 특별한 트리 장식을 보기 위해 온 마을을 즐거이 헤매기도 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빛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어야 하고, 모든 이에게 전해져야 하는 것이었다.
트리 점등식을 위해 교우들은 아이디어를 모았고, 성탄의 계절에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도 마련되었다. 그렇게 해서 교회 높이만큼 5층 높이의 트리가 설치되었고,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 마을 어디에서도 보이는 트리가 대림과 성탄의 밤을 밝혀주고 있다. 트리 점등식을 위해서 어떤 해에는 관현악으로, 어떤 해에는 브라스밴드로 캐럴을 연주했다. 매년 형식은 변해도 세상 어둠 속에 그리스도의 빛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았고, 우리 자신과 교회 역시 세상의 빛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도 한결같았다.
비록 11월 말 초겨울 추위가 만만치 않지만, 성도들은 각자의 초에 불을 밝히고, 교회 마당으로 들어선다. 함께 성탄 찬송을 부르며, 어두운 세상에 빛으로 오신 주님을 기뻐하며, 이 땅에 빛이 임하기를 기도한다.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마침내 트리에 불이 들어올 때, 교우들은 함께 빛을 기뻐하며 서로에게서 빛을 확인한다. 그리고 교회 마당 이곳저곳에서 어묵과 귤로 소박한 파티가 벌어진다. 올해 점등식에는 교회 앞을 지나는 이웃들과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어묵 파티에 함께하며, 즐거이 음식을 나누기도 했다. 필자가 속한 노회는 도시와 농촌이 함께하는 노회인지라 코로나 전에는 농촌지역의 한 교회와 연결해서 성탄 새벽송을 다녀오기도 했었다. 농촌교회의 어르신 성도님들께서 청년들을 기쁘게 맞아주셨고, 청년들을 포함한 새벽송 대원들은 시골 마을 골목길을 누비며 새벽송을 부르는 기쁨과 농촌교회에서 섬겨주신 성탄의 떡국을 맛볼 수 있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었다.
만민교회에는 매 주일 아침, 지역 어르신들의 예배와 모임이 마련된다. 이름하여 '갈렙 선교회'라고 부른다. 갈렙 선교회에서는 믿지 않으시는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주일예배가 드려지고, 분반 모임도 갖는다. 예배 후에는 교회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시고, 때때로 본당 예배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시기도 하고, 예배 특송을 담당하기도 하신다. 교회에 정식 등록을 하신 것은 아니지만, 갈렙 선교회 담당 선생님들은 어르신들을 심방하고, 섬기는 일에 열정을 쏟는다. 하나의 교회학교이다. 다가오는 성탄 예배 때 베풀어질 세례식에 갈렙 선교회에서만 12분의 어르신들이 세례를 받으실 예정이다. 세례를 받으시기로 작정하신 어르신들은 굳이 우리 교회 교인이냐 아니냐를 구분하기에 앞서 그 영혼 속에 예수 그리스도의 빛을 영혼 속에 품은 분들이다. 성탄의 빛이 갈렙 선교회 어르신들 영혼에 임했고, 이제 하나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계절을 준비하시고 있다. 몇 주 전 주일 아침, 교회에 올라오는 길에 갈렙 선교회 어르신 한 분을 만났다. 그 어르신이 주일 아침 인사를 필자에게 건네주셨다. "나는 목사님에게 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주일예배에 빠질 수가 없어." 바야흐로 빛의 계절이다.
번호 | 제목 | 작성자 | 등록일 | 조회수 |
---|---|---|---|---|
50 | 부목사론 | 김영근 목사 | 2025-05-09 | 26 |
49 | 진심어린 진심으로 | 김영근 목사 | 2025-05-03 | 30 |
48 | 빛의 계절을 거닐며 | 김영근 목사 | 2025-05-03 | 26 |
47 | 목회와 마라톤은 닮은 꼴 | 김영근 목사 | 2025-05-03 | 26 |
46 | 지금 묵상할까요? | 김영근 목사 | 2025-05-03 | 25 |
45 | 니케아-콘스탄티노플 공의회 1700주년 기념 기고문 | 김영근 목사 | 2025-05-03 | 26 |
44 | 2025 대구 부활절연합예배 인사의 글 | 김영근 목사 | 2025-05-03 | 32 |
43 | 목회하는 기쁨! 영적 사귐의 은혜! | 김영근 목사 | 2025-03-31 | 51 |
42 | 지금 묵상할까요? | 김영근 목사 | 2024-11-29 | 78 |
41 | 성령 목회 트렌드 : 묵상, 돌봄, 생명 | 김영근 목사 | 2024-11-29 | 73 |
40 | 가을은 익어가고, 가을 위를 걸으며 | 김영근 목사 | 2024-10-29 | 81 |
39 | 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보면서 | 김영근 목사 | 2024-10-15 | 77 |
38 | 은사 선생님의 책 출판에 붙이는 추천의 글 | 김영근 목사 | 2024-10-12 | 77 |
37 | (39) 요나의 길 니느웨의 길 | 김영근 목사 | 2023-11-04 | 122 |
36 | (38) 섭리론, 오픈 스터디(Open Study) | 김영근 목사 | 2023-10-27 | 106 |
댓글